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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 접착력의 비밀

공룡우표매니아 2009. 3. 5. 00:25

테이프 접착력의 비밀

 

 

테이프 접착력의 비밀 게코 발바닥 안에 있다.  도마뱀붙이 발바닥의 수억개 미세 털에서 착안 여러번 떼내도 접착력 그대로인 테이프 고안. 

 케코도마뱀 우표(1984년 라오스 발행)

자연은 신기술의 보고(寶庫)다.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 테이프는 옷에 달라붙는 엉겅퀴를 본뜬 것이고, 항공기 표면에 칠하는 공기 저항 저감용 페인트 역시 상어비늘을 모방한 것이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모방 대상은 도마뱀의 사촌인 도마뱀붙이 게코(gecko)다. 벽에 달라붙어도 떨어지지 않는 도마뱀붙이를 모방해 여러 번 붙였다 떼내도 접착력이 사라지지 않는 테이프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인 과학자가 도마뱀붙이를 그대로 모방한 테이프를 개발,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로널드 피어링(Fearing) 교수와 박사과정 이종호(32)씨는 폴리프로필렌이란 플라스틱으로 지름이 사람 머리카락의 100분의 1에 불과한 0.6㎛(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의 미세 털을 만들어냈다. 길이도 종이 한 장 두께의 5분의 1 정도인 20㎛이다. 접착 테이프에는 이런 털이 1㎠당 4200만 개가 들어갔다.  실험 결과 면적이 2㎠인 테이프를 수직으로 세운 유리판에 붙였을 때 400g의 추를 매달아도 끄떡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23일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저널(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발표됐다. 연구에 참여한 이종호씨는 한양대·KAIST를 졸업했으며, 이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

         

 도마뱀붙이 게코는 발바닥에 나있는 미세 털을 이용해 벽을 쉽게 타고 오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모방해 붙였다 떼 내기를 반복할 수 있는 접착 테이프를 개발하고 있다

 

피어링 교수는 2000년 루이스클락대의 켈러 오텀(Autumn) 교수와 함께 도마뱀붙이가 발바닥에 나있는 미세섬유를 이용해 벽에 매달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도마뱀붙이는 뱀목도마뱀붙이과의 파충류로 몸길이가 11~12㎝ 정도로 작고 벽에 잘 달라붙는 특징이 있다. 도마뱀은 뱀목도마뱀과로 따로 분류된다. 당시 '네이처'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도마뱀붙이의 발바닥에는 지름이 0.2~0.5㎛인 털이 수십억 개나 나 있다

도마뱀붙이의 발에선 어떠한 접착물질도 분비되지 않는다. 접착력은 미세 털과 벽면 사이에 작용하는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 덕분에 생긴다. 이 힘은 전기적으로 중성인 분자들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서로를 잡아당기는 힘이다. 각각의 털에 작용하는 힘은 미약하지만 수백만, 수십억 개가 모이면 도마뱀붙이의 몸무게를 지탱할 만한 강력한 접착력을 발휘한다. 버클리대에서 개발한 접착 테이프 역시 반데르발스 힘으로 벽에 달라붙는다.

             

                                                케코도마뱀의 발                                             아놀도마뱀의 발

 

 특이하게도 일반 테이프처럼 위에서 누를 때 접착력이 발생하지 않고, 아래로 미끄러뜨리듯 잡아당길 때 생긴다. 반면 수직으로 잡아당기면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떼낼 수 있다. 도마뱀붙이도 벽에 달라붙을 때 발가락을 벽면에 붙인 다음 미끄러지듯 아래로 당긴다. 반대로 발가락을 뗄 때는 미세 털을 수직방향으로 세워 떨어지게 한다. 접착 테이프 역시 벽에 붙을 때는 미세 털이 벽면에 나란하게 기울어졌다가 떼낼 때는 수직으로 돌아온다.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테이프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소재 자체는 접착력이 일부 있는 부드러운 고무 등을 이용했다. 오텀 교수는 "버클리대는 도마뱀붙이의 발에 난 미세 털처럼 그 자체로는 전혀 접착력이 없는 단단한 플라스틱을 사용했고, 미끄러지듯 수평 방향으로 힘을 가할 때 접착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최초의 진짜 "게코 테이프"라고 평가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08년 2월 14일  이영완 기자. ywlee@chosun. com